남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28살로 지난 8월에 학사졸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신검을 제외한 모든 채용절차를 통과했다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사무실인데도 갑자기 눈물이 나더군요.
그동안 동생 본인이 한 맘고생과 그걸 지켜보셨을 부모님의 초조함과
멀리서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가면서 주던 저의 맘고생이
일순간 겹쳐지더군요.
공대쪽이라 2학년때부터 연구실 생활 시작해서 졸업할 때까지 연구소 생활과 교수님 심부름을 도맡아 했습니다.
심지어 금전적인 부분도 관리를 하더군요. 대학원생도 아닌데 참 신기한 케이스다 했습니다.
4학년이 되니, 교수가 석사 밟으라고, 학비 대주겠다고 했다더군요.
전 당연히 밟으라고 했습니다.
저 자신이 석사 못한 거 아직도 미련이 남고,
요즘 워낙 고학력시대니 석사라도 마쳐야 앞으로 살기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지요.
게다가 요즘 취업이 정말 어려운 시기에
코스모스 졸업까지 해서 취업이 참 막막하게 느껴지길래
교수님이 그렇게 밀어주신다면 누나도 도와줄테니 열심히 해보라고 했습니다.
동생은 자기 나이도 있고, 빨리 취업을 해서 돈을 벌어야 부모님 고생 덜 시킨다고
깨끗이 포기 하더군요.
취업이 힘드니 학점 안 채우고 한 학기 더 다니면서 준비하겠다는 거
기왕 졸업하기로 맘 먹었으면,
하루라도 빨리 졸업하고 본격준비를 하는 편이 나을 거라고 조언을 했습니다.
(사실 이미 9학기를 다닌 녀석입니다. 입학 초반에 수강취소를 너무 많이 한거죠......)
그리고 코스모스 졸업.
흔히들 말하는 지방 국립대를 꽉 찬 나이로 졸업을 했지요.
그리고 지금까지 3개월동안 여기저기 이력서도 내보고 시험도 치러 다니고 면접도 몇 번 봤습니다.
그동안 쭉 목표로 잡고 있던 회사는 어이없이 떨어지더군요.
그 회사 먼저 간 같은 과 출신이 최근 상사와 심하게 트러블을 내고 퇴사를 했다는 이유로
"해당 대학 해당 학과는 향후 몇 년간 무조건 배제"라는 판정을 받았답니다.
해당학과 학생들이 모조리 불합격처리되어 부랴부랴 진상파악에 들어가서 알아낸 결과라더군요.
참 비논리적인 처사다, 억울한 애들만 생겨나는구나, 싶으면서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제 지인의 하도 자기 회사 좋다고 이력서를 내라고 하여 지인이 다니는 회사에도 전공과 전혀 다른 분야지만 이력서를 냈고
지인의 도움 없이 실력만으로 10:1의 경쟁을 뚫고 면접도 봤는데,
역시 전공이 아니라서 면접에선 불합격했습니다.
그리고 아예 서류에서 불합격하는 일도 계속 생겼습니다.
연달아 불합격하며 기운 빠져하는 동생에게 계속 말을 했죠.
이력서 100통을 정성껏 내야 합격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힘내라고.
그리고 저도 부지런히 동생이 지원가능한 채용정보를 문자로, 쪽지로, 메일로 동생에게 보냈습니다.
이번에 신체검사를 앞둔 회사도
최종면접에서 실수를 했다고 정말 우울해 했더랬습니다.
자기에게만 갑자기 영어로 질문을 해서
긴장한 나머지 초반 질문에 어버버 했다고
잘 안 될 것 같다고......면접 가던 때와 달리 기가 푹 죽어있어서
목소리만 듣고도 얼마나 마음이 안 좋던지.
그래도 이제 내일 있을 신검만 남겨놓고 있습니다.
별다른 이상 없이 건강한 녀석이라 무사히 통과하길 기원하고 바랍니다.
혹시 지금 취업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분이 계시면, 힘 내시라구요.
전혀 다른 분야로의 이직 준비로 정신없는 저도 동생의 좋은 소식을 듣고
더 기운 내려고 합니다.
이 땅의 청년 구직자들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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